경매

#1 경매 독학 첫 낙찰 받다.

후추부 2025. 7. 18. 14:54

[후추부 제이맨의 첫 낙찰 이야기]

안녕,
나는 맨땅에 헤딩을 잘하는 후추부, 제이맨이야.

2023년 6월부터 부동산 공부를 시작해서 열심히 입지 분석을 해왔고,
지금은 2주택자가 되었지.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생각이야.

So I was right.

 


 

2025년 4월 22일, 서울북부지방법원

비가 엄청 쏟아지는 날이었어.
일찍 나가야지 생각하고 출발했지만,
용인에서 서울 북부까지 가는 길은 정말 멀고도 멀더라.

전날 밤, “이번엔 내가 낙찰받는다” 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
몇 번의 패찰을 겪으면서 얻은 ‘감’ 이었달까?

그래서 그런지 가는 길이 괜히 떨리더라.
책으로만 공부하고, 학원이나 강의도 한 번 안 들어본 내가
조금만 삐끗하면 수천만 원이 날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운전하면서도 손에 땀이 맺힐 정도로 짜릿했어.

혹시라도 실수할까 봐
이미 수차례 복습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유튜브 영상을 또 틀고,
경매장 도착 후 해야 할 일들을 다시 복기하며 법원으로 향했어.

 


 

경매장 입성, 긴장의 연속

법원 주차장에 들어서니
역시나 만차.
줄을 서 있다가 자리가 나야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어.
시간은 자꾸 흐르는데 마음은 더 조급해졌고,
비까지 와서 주차장은 사람들로 북적였지.

다행히 지나가다 경차가 들어갈 만한 공간이 보여서
잽싸게 주차 완료.
조수석 가방을 메고 법원 안으로 들어갔는데,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처음이라 헤매기 시작했어. 하하...

 


 

입찰표 실수, 진땀의 순간

내 원래 스타일은 이래.
입찰표 작성할 때 사건번호, 입찰가, 보증금을 몇 번이고 확인하고,
혹시 몰라 사진도 찍어두고,
틀릴까 봐 입찰표를 여러 장 챙겨서 준비해가는 편이야.

근데 이 법원은 스타일이 달랐어.
탁자 위에 뭉치로 비치된 게 아니라,
직원이 사람들에게 한 장씩 나눠주는 방식.

당황했지만, 어쩌겠어.
한 장 받아들고 집중해서 쓰기 시작했는데—
결국 실수를 해버렸지.

비도 오고, 사람들은 줄을 서서 작성하고 있었고,
다시 용지를 받아오는데 눈치도 보이고 마음이 급해졌어.
그렇게 다시 받아 작성하면서도 불안했지.

사건번호를 내가 착각한 건 아닐까?
경매 사이트에서도 전날까지 잘못된 번호를 검색하고 있었던 기억이 스쳐갔고,
혹시 기찰표에 틀리게 적었으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어.

 


 

 

개찰의 악몽

게다가 북부지방법원은 정말 느려.
유도리도 없고, FM대로 천천히 개찰을 진행하는 느낌.
다른 법원보다 2~3배는 느렸어.

보통 내가 입찰하는 물건은 인기가 많아 초반에 개찰되는데,
이번엔 정말 한 시간 넘게 기다렸어.

그 동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어.
“아내한테 뭐라고 말하지?”
“수천만 원 날렸으면, 아내가 날 계속 믿어줄까?”
내가 열심히 공부하고 도전하는 걸 믿어준 사람인데,
실수로 실망시키는 건 아닐까.
부동산에 대한 회의감이 클 텐데 말이야.

 


 

드디어, 낙찰!

"낙찰자 XXX님 앞으로 나오세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설렘 반, 불안 반.
내가 단독 낙찰자였기에,
입찰표를 잘못 썼다면 무효가 되거나
입찰금이 날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쿵쾅거렸어.

천천히 걸어나가면서
“제발, 제발...”
속으로 외쳤고,
직원이 아무 말 없이 서류를 처리하는 걸 보며
마음속에 있던 불안이 행복한 떨림으로 바뀌었어.

얼굴은 태연했지만 속으로는 소리쳤어.

“해냈다!!”

그렇게, 나는 첫 낙찰을 받았다.

 

 


왜 확신했는가?

앞서 말했듯, 나는 이번에 낙찰받을 거라고 확신이 있었어.
왜냐면 단독 낙찰 or 한 명만 입찰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 있었거든.

사실 이 물건은 한 번 더 유찰될 가능성이 높은 물건이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과감하게 입찰을 감행했지.

그 이유는 두 가지였어.

  1. 경매 공부와 입찰 시도를 반복하다 보니 지쳤어.
    이쯤에서 뭔가 결과를 내고 싶었어.
  2. 곧 정권이 바뀌고 부동산 규제가 시작되면 대출이 어려워질 것 같았어.
    그래서 4월 내에 끝내자고 마음먹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이 판단은 탁월했어.
6.27 부동산 규제 발표 전에 낙찰받고, 대출까지 마무리했으니까.

 


 

잊지 못할 그날의 떨림

법원에서 나오자마자
익숙한 그 카톡 알림이 도착했어.
(그 익숙한… 낙찰 후 오는 알림 말이야. 보는 순간 심장이 멎는…)

그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떨려.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지.

“나 낙찰받았어. 이제 시작이야.”

 

 


 

이렇게,
맨땅에 헤딩한 후추부 제이맨의 첫 낙찰
비가 오던 북부지방법원에서 시작되었다.